야 비행(레드아이 플라이트), 나이 들수록 왜 더 힘들어질까?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심야 출발 항공편, 이른바 '레드아이 플라이트'다. 자는 동안 이동해서 목적지에 아침에 도착한다는 개념은 꽤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이 이를 버텨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이 주제에 대한 여행자들의 경험담을 모아보면, 개인차는 있지만 30대 중반에서 50대 사이에 "이제는 무리다"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레드아이 항공편이란?
레드아이(red-eye)는 주로 심야에 출발해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가리킨다. 명칭의 유래는 수면 부족으로 눈이 충혈되는 데서 왔다. 북미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대서양 횡단 노선, 혹은 미국 동서 해안 간 장거리 노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왜 나이 들수록 힘들어질까?
수면 구조 자체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 20~30대에 비해 중년 이후에는 깊은 수면 단계(서파 수면)의 비중이 줄고, 외부 자극에 더 쉽게 깨는 경향이 생긴다. 좁은 좌석, 기내 소음, 건조한 공기 같은 환경적 요인은 이미 잠들기 어려운 조건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즉 생체 시계의 회복력도 나이와 함께 떨어진다. 젊을 때는 심야 비행 후 목적지에서 낮잠 한 번으로 시차를 극복했더라도, 50대 이후에는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 데 이틀 이상 걸린다는 경험이 많다.
수면제·항히스타민제 복용, 괜찮을까?
기내에서 수면을 돕기 위해 항히스타민 성분의 수면 보조제(디펜히드라민 계열)나 처방약을 복용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지만, 수면의 질이 낮고 이튿날 인지 기능 저하나 구강 건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더 강력하지만 의존성과 호흡 억제 위험이 있어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특히 코골이가 심해지는 경우, 단순한 수면 보조제 탓으로만 볼 수 없다. 기도 근육이 과도하게 이완되면서 폐쇄성 수면 무호흡(OSA)이 악화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은 심혈관 질환, 뇌졸중, 인지 기능 저하 등과 연관된 심각한 질환이므로, 코골이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것 같다는 주변의 지적이 있었다면 수면 다원 검사(polysomnography)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피한 심야 비행, 덜 힘들게 타는 방법
- 출발 전날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 사전 수면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 탑승 전 과식과 음주를 피한다. 알코올은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수면의 질을 낮추고 탈수를 유발한다.
-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기내는 습도가 10~20% 수준으로 매우 건조하다.
- 좌석 선택에 신경 쓴다. 창가 좌석은 기댈 공간이 생기고 통로 방해를 받지 않는다. 키가 큰 경우 비상구 열이나 맨 앞줄이 유리하다.
- 도착 후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다. 도착 당일 오전에 무리한 일정을 배치하지 않거나, 숙소에 얼리 체크인을 미리 요청해두면 회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 목적지 시간대에 맞춰 행동한다. 도착 후 낮 시간대에 햇빛을 쬐며 가볍게 활동하면 일주기 리듬 재설정에 도움이 된다.
어떤 노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북미에서 유럽으로, 혹은 호주에서 아시아·유럽으로 향하는 장거리 노선은 구조적으로 심야 비행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견디는 방법'을 미리 계획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대서양을 동쪽으로 횡단하는 노선(미국→유럽)은 도착 후 오전부터 현지 시간에 맞춰 생활하기 좋아 시차 적응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은 개인차
야간 교대 근무에 익숙한 사람,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60대 이후에도 심야 비행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한다. 반면 10대 때부터 기내 수면이 어려웠던 사람은 나이와 무관하게 레드아이를 힘겨워한다. 결국 심야 비행의 고충은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 수면의 질, 비행 환경, 사전 컨디션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관련하여 수면과 항공 여행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Sleep Foundation - 기내 수면 가이드 및 CDC - 일주기 리듬과 수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